TV에서 장애인 고용을 이야기해볼 수는 없을까?
요즘 필자가 재미있게 시청하는 ‘경쟁적인’ TV 프로그램이 있다면 JTBC ‘최강야구’를 꼽는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야구를 주제로 하고 있는데, 출연진들의 이름만 들어도 사실 필자는 ‘쟤는 예전에 특정 팀에서 뛰었던 걔 맞아!’라는 ‘자동 계산식’이 적용된다.
그럴만한 것이 출연진 대다수가 프로야구팬들에게 이름만 대면 해당 출연자의 선수 시절 실제 소속팀이나 기록은 기본이고 경기 중에 해당 선수가 한 행동 등 별의별 사실까지 다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의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출연진 대다수가 프로야구 각 팀에서 주전 선수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냥 야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나 대학교 야구부·독립 리그 야구단·프로야구 퓨처스팀(일명 2군) 등 한국야구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들과 경기를 한다. 출연진들은 매 경기 치열한 승부를 선보인다.
제작진이 대놓고 출연진들이 7할 승률(2023년 방송분 기준 전체 31경기 중 10패 이상이면 달성 실패)을 달성하지 못하면 종방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아예 감독 역할의 출연자까지 존재하여 2022년 방송 전반부에서는 이승엽 현 두산 베어스 감독이(방송에서 이승엽 자신의 두산 베어스 감독 선임으로 인한 하차 발표를 다룰 정도였다), 2022년 방송분 후반부부터는 김성근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이 감독 역할로 출연할 정도이다.
실제로 출연을 통해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은 야구 유망주는 부지기수고, 실제로 방송 이후 프로야구 드래프트 지명이나 신고선수 입단으로 프로야구에 입문한 선수들도 있을 정도다. 소문에는 출연하고 싶은 야구 유망주들이 줄을 서 있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다.
방송은 그래서 한국야구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유망주를 소개하면서, 시청자들에게 프로야구 입문의 길인 신인 드래프트에서 10개 구단의 지명 예상을 자연스럽게 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방송에서 아예 2023년 드래프트(프로야구는 시행하는 해의 다음 해로 드래프트 연도를 표기한다)는 아예 출연 대학 선수(이때 두산 베어스에 지명된 포수 윤준호, KT 위즈에 지명된 내야수 류현인 2인)들의 시점에서의 에피소드가 있었을 정도였다.
필자도 청소년 야구국가대표팀이 상대 팀으로 출연한 경기에서 청소년 야구국가대표팀 투수로 출연한 투수가 나중에 알고 보니 필자의 응원팀인 SSG 랜더스의 신인 투수 송영진 선수였던 것을 알게 되었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6경기 2승 무패, 18탈삼진, 평균자책점 3.22(2023년 5월 8일 기준)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했었기 때문이다.
지난 8일에 방송된 휘문고등학교 야구부와의 제1차전 경기에서는 5-3으로 출연진들이 승리하였다. 실제로 휘문고등학교 야구부는 ‘최강 몬스터즈’의 주장인 박용택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전 LG 트윈스 외야수)이나 방송에서 해설위원 역할을 하는 김선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여기를 거쳐 갔으며 지금도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등 실력 있는 선수를 배출하고 있을 정도다.
결과적으로 JTBC ‘최강야구’는 ‘한국 프로야구’라는 직장에 근무한 실제 ‘베테랑 직원’들이 스파링 상대 겸 일종의 실무 면접관으로 출연하여 한국 프로야구라는 직장에 입문 가능성이 있는 유망주를 결국 이런 방식으로 검증하여 결과적으로 한국 프로야구 채용, 즉 드래프트 지명이나 신고선수 입단 후보군을 방송으로 공개 검증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예 시청자들 앞에서 직접 공개 검증하는 셈인 ‘직관데이’라는 공개 방송 겸 녹화도 진행될 정도였고 성균관대학교 야구부를 상대로 하는 2023시즌 제2차 ‘직관데이’ 계획도 발표되었다.
그런 방송을 보면서 필자는 생각했다. 장애인 고용도 이렇게 경쟁적인 느낌도 살짝 도입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이다. 쉽게 말해 장애인 고용을 TV 프로그램으로 다뤄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KBS 1TV는 과거에 특성화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이 각 기업에서 진행하는 각종 실무 평가, 면접 등을 방송 내용으로 삼아 아예 방송분마다 섭외된 기업에 특별 채용하는 것을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인 ‘스카우트’를 방송한 전례가 있었으니 취업 자체를 TV 프로그램의 소재로 삼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다. 원칙적으로는 우승자만 채용되었지만 실제로는 기업별로 가능성 있는 출연자를 별도로 추가 채용하기도 했으며, 아예 대놓고 방송 도중 ‘결선 라운드 출연자 전원 채용’을 결정한 기업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장애인 고용이 국내에서 TV 프로그램으로 시도된 사례는 없다. 장애인 노동자의 개별 이야기를 방송에서 몇 번 다뤘던 적은 있었지만, 취업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은 없었다.
영국에서는 다르다. 영국 BBC에서 제작한 ‘Employable Me’(고용 가능한 나)이라는 프로그램은 대놓고 장애인 구직자들의 구직 분투기를 다루면서, 장애인 구직자들의 각종 구직 애로사항 및 실패로 끝난 도전 경험 등을 이야기하면서 고용 및 직업 재활 전문가의 직무 역량 평가 등을 통해 적합한 기업과 연결하여 실제 구직에 도전하는 과정을 관찰 카메라 기법으로 다룬다.
필자가 시청한 에피소드는 자폐성장애를 가진 발달장애인 여성 구직자 루이자(Louisa)의 구직 도전기를 다루고 있다. 방송에서 루이자는 150회 이상의 구직 실패를 경험하고 침체한 노동자였는데, 그래서 부모의 걱정 중 하나가 딸인 루이자의 일자리 문제였다고 한다.
방송에 출연한 고용 및 직업 재활 전문가가 진행한 각종 직업역량 평가를 통해 자료 기억 등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연결된 업체와의 면접이 진행되었고 1주일 후 에너지 관련 기업의 애널리스트, 즉 자료 분석 담당자로 채용되었으니 출근하라는 전화, 즉 합격 통지를 받은 과정까지의 전체 과정을 방송 에피소드로 다뤘다.
이 방송 포맷은 영국 BBC에서 제작한 것이 원본이며, 이후 호주와 캐나다에서도 번안하여 방송이 제작될 정도였다. 장애인 고용 자체를 TV 프로그램으로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램은 한국에서도 번안하여 제작하고 방송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것이 한국에서 시도된다면 재미있는 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 고용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고, TV로 공개 채용을 했으니 기업도 함부로 해고 등을 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해 장애인 노동자의 자진 퇴사가 아닌 한 고용 유지가 이뤄질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BBC에서는 장애인 구직자 한 사람씩 진행했다면, 한국 TV의 오디션 프로그램 방식을 참조하면 오히려 ‘하차하기 위한 경쟁’, 즉 취업하여 입사하기 위해 하차하는 포맷으로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하면 오히려 더 재미있는 발상이 될지도 모른다. 우승이 아닌 빠른 하차를 목표로 하는 것이 독특한 발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 고용을 해보고 싶은 기업과 좋은 일자리를 찾고 싶은 장애인 구직자 간의 연결 등도 진행하는, 어떻게 보면 방송이 고용 중개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을 위해 구직 기업 선정이나 출연 희망 구직자를 선발하는 과정, 직업 훈련 또는 취업 역량 강화 훈련 지원 부분에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협조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장애인 고용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한국 사회이지만, 방송을 통해 장애인 구직자들의 취업 도전 의식과 그 도전 과정을 소개하는 방법으로 장애인 고용 인식개선에도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필자는 최근 새로운 직장에 취업한 사실이 있어서 당장 방송에 출연하기는 머쓱하지만, 다양한 장애인 구직자들의 도전을 방송으로 다루는 것은 매우 좋은 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장애인이 과연 취업 경쟁 프로그램에 나올 것인지 방송 기획도 안 되었음에도 이렇게 기대하고 있다. 뭐, 내가 방송 프로그램 제목을 지으라면 ‘최강 장애인 직원’ 이 정도라고 지어야 할까? 어쨌든 이런 프로그램이 한국 TV에서도 시도되기를 기원한다.
출처 : 에이블뉴스
|
